Sunday, January 4, 2009

눈 길



인터넷을 뒤적이다 마음에 드는 글을 발견.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不須胡亂行 (불수호란행)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遂作後人程 (수작후인정)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는
어지럽게 다니지 말라.
오늘 내가 다닌 흔적이
뒷 사람이 따르는 길이 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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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는
솔직한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지만,
특히 나 자신에게.

힘든 일임을, 그래서 하기 어려운 일임을 잘 알지만,
그래도 적어보는 새해의 소망.

"Closed Forever"


2009년이 시작되면서 아마도 많은 것들이 달라지겠지만,
제일 와닿는 첫번째 변화는 집 앞 가게가 문을 닫은 것.

아침마다는 아니라도 꽤나 자주 들러서 커피와 담배를 샀던 가게. 가끔은 집에 먹을게 아무것도 없고 마트까지 가기도 귀찮을땐 집에 오다 들러서 음료수와 빵도 사고... 좀 비싸긴 했어도 자주 들락거려서 주인 아저씨 아줌마랑도 (서로 이름도 모르지만) 방가방가 인사도 하고 그랬더랬다.

정초에 가게 정리를 하러 온 아줌마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들렀는데 아마도 아이들이 적은 것 같은 글씨의 쪽지가 눈에 띄었다.

"Closed Forever"

그저 마음 한 켠이 짠하더라.

아줌마에게 잘 가라고 인사를 해주고 저거 보니까 맘이 참 그렇다고 했더니... 10년넘게 여기 있었다고 그러면서 눈시울 붉히는 것 같아서 그냥 "Good luck" 한마디만 하고 돌아왔네.

가끔은 돌아가기전에 가게에 들러서 나 이제 돌아가서 여기 못들를것 같다고 말하는 상상을 하곤 했는데, 가게집이 먼저 없어질줄은 생각도 못했다.

아마 가게에서 내려주던 따뜻한 커피랑, 담배 한모금, 그리고 소소한 일도 기억해주고 물어봐줬던 아줌마 아저씨가 때론 참 그리워질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