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rch 15, 2009

와인샵에서

정신없이 바빴던 한 주를 뒤로 하고,
와인을 사러 들렀던 가게에서
그 동안 눈독들였던 와인을 사고 싶었지만,
이미 그 자리엔 다른 와인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떤 맛인지도 모르고, 어떤 향인지도 모르지만,
없어진 그 자리는 아쉬움이 남았다.
눈에 들어왔을 때, 집었어야 했다.
늘 그 자리에, 나를 위해 있는 건 아니었다.



대신 집어온, 전에 사려고 했던 것 보다는 비싼
전문가들이 무지 높은 점수를 줬던 와인.
스스로에게 상을 주듯이, 혀도 호강을 해보라고
그렇게 집어온 와인.

강한 꽃향기에 한 번 놀라고,
향기와는 전혀 다른, 혀를 누르는 묵직함에 또 한 번,
전문가의 높은 점수와는 상관없이
나에겐 더 좋은 와인이 있었으리라.

아마도, 나에겐 과분한 와인이었을지도.
하루가 지나고 다시 맛본 그 것은
강한 꽃향기도, 혀를 누르는 묵직함도 없었으니
내가 마시기엔 아직 어리고 조금 복잡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그저, 그런게 아니었을까...
원할 때 어찌되었던 붙들었어야 했지만,
그것도 어쩌면 이 와인처럼, 나에겐 과분한 것이었을지도
나에겐 알 수 없는 일.

하긴......
나를 만나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이 와인도,
그저 벗겨진 라벨과 그저 그런 기억으로만 남을테니,
조금 억울할 지도 모르겠다.

코르크를 열어 공기를 만나버린 와인처럼,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싶다.
아니 아직 향이 남아있긴 한 걸까?
와인병에 담겨있다고 다 와인은 아닐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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