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ly 6, 2007

쩐의 전쟁

쩐의 전쟁 - 드라마 시청기

인기리에 연재된 원작 만화에 기대어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가질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지상파방송이라는 한계에 부딛힌듯 보인 작품.

사채업이라는 소재에 강압적인 추심과정을 보여줘야 하는 본질적인 문제로 지상파 방송에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지만 초반부 전개는 의외로 비교적 한계를 극복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마동포를 죽일 수 없다는 한계성을 드러내면서 대체재로 들어선 서주희와의 러브러브가 되면서 어쩔 수 없는 한국 드라마 전개로 빠지고 만다.

원작 만화의 매력 중 하나는 사랑따위는 할 수 없는 금나라의 캐릭터와, 돈 때문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을 벌여야만 하는 채무자들, 그리고 채무자의 사정에 따라 때로는 무자비하게, 때로는 재치있게, 때로는 관대하게 추심해나가는 '인간적인' 금나라였겠지만, 지상파 방송에서 사채업자를 미화할 수 없다는 점과 대놓고 범죄행위를 할 수 없는 한계에 걸려서 부득이한 선택으로 보인다.

뭐, 애초에 기획때부터 이런 결과가 나올지는 알고있었지만... 적절한 선에서 극화할 수 있는 많은 에피소드가 있었기에 서주희를 내세운 러브모드로의 전개는 아쉬움을 더한다.

지상파 방송임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면, 다음과 같은 전개가 적절했으리라 생각된다.

1) 마동포는 매우 무자비한 사채업자로 그리면서 10회 정도에서 심장마비로 사망. (개연성이 떨어지더라도 원작만화의 메커니즘을 따라간다.)

2) 선생님 캐릭터와 신구 캐릭터를 활용해서 채무자의 입장에서 정당히 대처할 방법을 소개.

3) 마동포 사망이후에는 에피소드 중 좀 길면서 스토리 라인을 가지는 것을 골라서 극화. 예를 들면 재벌 아들 에피소드나 감방 에피소드 등이 적절해보임.

4) 마지막까지 금나라는 승승장구하지만, 극도의 고독에 빠지는 인물로 남는 전개.

그러나 주인공 위주의 전개가 필수적인 우리나라 드라마 사정에서 이와 같은 전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쩐의 전쟁 원작 만화의 에피소드는 매우 정형화된 에피소드의 나열인데, 신문 만화임을 감안하여 다음과 같은 기승전결의 구조를 가져가고 있다.

기: 채무자의 사연소개 - 왜 돈을 빌리게 되는가: 이 부분에서 채무자의 성격이 결정되며 에피소드의 결말이 거의 결정된다. 다분히 권선징악인 만화이므로 의도적으로 돈을 빼돌리거나 탐욕으로 돈을 빌리는 경우에는 결말에서 금나라에 의해 처단당하며, 생계형 또는 좋은 의도로 돈을 빌리는 경우에는 금나라가 적절한(사실 현실적이진 않지만) 채무 이행 방법을 제시하게 된다.

승: 채무관계 성립 - 금나라에게 돈을 빌리러 옴: 만화의 성격상 금나라는 돈을 빌려준다.

전: 채무 불이행 - 제때 갚는 사람은 없다.: 돈 빌렸다 갚으면 무슨 스토리가 있겠는가. 돈을 갚지 못하면 금나라는 왜 돈을 못 갚는지 알아보게 되며 채무 이행이 가능한 방법을 고안하게 된다.

결: 채무 이행 - 돈을 갚게 함: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돈을 갚는 것으로 끝난다. 여기서 기상천외의 방법이 등장하는 전개가 한가지. 악성 채무자인 경우에는 금나라의 처단, 또는 전체 에피소드가 금나라가 연관된 연기인 경우가 많다.

재미있는 점은 각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인 금나라 자체가 노출되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이다. 금나라는 그냥 돈을 빌려줄때와 돈을 받으러 갈때 (즉 사건을 해결한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서만)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중간 전개 과정에서는 채무자 및 그 주변인물들의 사건 전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조는 드라마로 만들기 부적합한데 우리나라 드라마는 주인공의 비중이 낮아지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구조는 주인공 캐릭터가 확고히 자리잡은 이후에만 단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으로 미니시리즈가 아닌 에피소드 위주의 주간 연속극에서 활용이 가능한데, 신문 만화인 원작에서는 장시간에 걸쳐 금나라의 캐릭터를 확보하고 이를 오래 활용하는 방법으로 이러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방송극에서 활용하기 부적합한 면이 없지 않다.

어쨌든 제한된 시간안에 마무리를 지어야하는 미니시리즈 형식에서는 활용하기 어려운 원작이어서 주변인물의 배치와 소토리라인의 교체로 마무리 해보려했지만, 결국 용두사미가 되고 만 꼴.

박신양의 잠깐 출연이 가능하다면 외전 한두편의 가능성은 있어보인다. (머 그리 오래나올 필요가 없으니까...)

내맘대로평점)

스토리: 3/5

완성도: 3/5

몰입도: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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