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July 18, 2008

논문 제목 달기

읽히기 위한 논문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에 대해서 간간히 포스팅하고 있는데, 오늘 논문 검색을 하면서 생각난 것이 있었다. 읽을 논문을 정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보는 것은 바로 '제목'이라는 점. 좋은 제목을 정해야 더 많이 읽히게 된다.



좋은 제목이란 뭘까? 물론 흥미를 끌 만한 제목이 좋은 제목이다. 그래야 선택받을 확률이 높아지므로. 흥미를 끌 만한 제목은 보통 논문에서 보이려 하는 것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일 것이다. 이게 뭔가 싶어서 읽어보게 하는 그런 제목. 그렇지만, 이런 제목을 달고 나온 논문이 그 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면 왠지 사기 당한 기분이 들지 않을까 싶다.

논문 제목에 있어서 또 한 가지의 이슈는, '검색'이다. 요즘 논문을 훑어보고나서 복사해 오는 시대도 아니고 자리에 앉아서 키보드를 또각거리는데, 검색 매칭이 잘 될수록 선택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제목을 정하기 위해서는 매우 구체적으로 논문에서 나타내려는 것을 적시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적을 수록 길이는 길어진다. 그런데 너무 길이가 길면 또 눈에 잘 들어오지 않게 되므로 적당히 줄여야 한다.

여하튼, 논문 제목은 논문의 내용을 정확히 표현해야 한다. 내용 표현을 위해 들어갈 수 있는 것은, 6하원칙 중 '무엇을', '어떻게', '왜'의 세 가지이다. 이 중 '무엇을' 했는지는 뺄 수 없고, '어떻게' 했는지는 들어가는 경우가 많으며, '왜' 했는지는 매우 특정한 경우에 들어가는 것 같다.

1) 무엇을 했나: 논문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것, 또는 보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써야 한다. 보통은 가장 중요한 키워드, 그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것을 골라야 한다.
2) 어떻게 했나: 기본적인 방법론을 적는다. 이는 이미 잘 알려진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이 여러가지 있을때 어느 방법론으로 접근하는지를 나타낸다. 또는 잘 알려진 문제에 대한 새로운 방법인 경우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된다.
3) 왜 했나: 보통은 순수히 이론적인 논문이나 특정한 응용분야에 한정된 논문인 경우 쓴다. '~~~을 위한'으로 해석될 수 있는 제목이 이 부분에 해당한다. 이러한 단서가 붙어 있으면 독자들은 그 특정한 응용분야에 특화된 방법론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제목을 정할때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많이 이용된다.
1) 키워드를 생각나는 대로 나열한다.
2) 중요도 순으로 정리한다.
3) 적당히 나열한다.
4) 불필요하거나 반복되는 부분을 뺀다.
5) 나머지를 다시 정리한다.

중요한 것은 '어느 부분을 넣고 어느 부분을 뺄 것인가' 인데, 간단한 방법은 해당 단어를 빼고 얼마나 정보량이 줄어드는 지를 보는 것이다. 정보량이 많이 줄어들면 중요한 키워드이므로 그대로 둬야 하고, 정보량이 거의 줄어들지 않는다면 뺀다.

예를 들어, 제목이 'Novel approach to face tracking for robotic applications' 라는 논문이 있다 하자. (제목은 방금 급조했음) 이 논문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이 논문이 얼굴 트래킹을 하는 논문이라는 것 이외에는 없다. 보통 new, novel, flexible, general, robust 와 같은 단어들이 논문에 자주 들어가는 데, 사실 이런 단어들이 주는 정보라는 것이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이다. 새로운 게 아니라면 논문을 왜 썼겠는가? flexible, robust나 general이라는 말을 쓰려면 '...에 대해'라는 식으로 특정해야 할텐데, 보통은 특정되지 않는다. 이 경우에 해당 단어의 정보량은 0. 'Robotic applications' 라는 말도 너무 모호해서 의미가 없다. 논문의 내용이 어떤 로봇의 기구적 특성을 활용한다면 더욱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것이 맞고, 그냥 로봇에 안올려도 되지만, 굳이 로봇에 올려보았다라는 거라면 안쓰는 게 낫다. 역시 정보량이 0. 남는 것은 Face tracking 뿐이다. 만일 제목이 'Linear approach to 3D face tracking using modified template matching' 이었다면 (역시 제목은 없는 제목임) 훨씬 전달하는 내용이 많다. 이 제목에서는 독자들이 modified와 linear, 3D face tracking에 집중하게 되어 대충 어떤 내용을 찾아야 하는 지 기대하게 된다. (역시 modified가 모호하긴 한데, 없는 논문 제목을 만드는 거라 대충 했음) 만일 face tracking 키워드로 이 두 편의 논문이 나왔다면 어느 논문을 먼저 읽게 될지는 자명하지 않은가?

지나고 보면 논문 제목을 정하는데에 크게 신경을 안 썼던 것 같은데, 사실 이게 가장 중요하다. 자신이 논문 검색을 할 때를 생각하면서 논문 제목을 정해보자. 이전에 썼던 논문제목들을 보니, 참 어이없는 경우도 많아 쓴 웃음만 나온다. 어쨌든, 논문 제목을 먼저 확정하고 논문을 쓰지는 말자.

팁 하나 더. 그다지 중요하진 않지만.
저렇게 논문 제목을 달다보면 보통 길어진다. 그럼 두 줄 이상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만일 논문 제목이 'Motion estimation of multi-camera systems using perspective 5-point algorithm' 이라 하고, 한 줄에 다 안들어가면 어디서 자르는게 좋을까?
같은 제목은 아니지만, 나는 이렇게 잘랐더랬다.


Motion estimation of multi-camera systems
using perspective 5-point algorithm


근데 이렇게 자르는 게 더 좋단다.

Motion estimation of multi-camera systems using
perspective 5-point algorithm


왜냐면, 'using' 보다 그 뒤에 나오는 단어가 더 중요하기 때문.
Layout을 자신이 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리 중요하지는 않지만, 생각해 볼 여지는 있는 문제.

1 comment:

Anonymous said...

안녕하세요. 대학교 2학년 학생입니다~~ 논문 제목 쓰는 것에 대해 검색하다가 들어오게 되었어요. 희곡을 배우는 수업인데 마지막 과제로(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금까지 배운 희곡에 관한 논문을 쓰라고 하셨어요. 교수님께서도 이 과제를 염두하셨는지 몇 번이나 짧은 논문 형식의 글을 써오게 하셨어요. 교수님께서는 학생들이 써오는 글들의 제목에서부터 부족함을 많이 느끼신 것 같아요. 그래서 몇 번 논문 제목 쓰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는데, 해봐도 이게 감이 잘 안오더라구요.
그래서 제목에 대한 조언 좀...해주실 수 있나 해서요. 이렇게 긴 댓글이 불쾌하시다면 바..바로 삭제해주셔요..v_v 제가 준비한 논지는 '각 희곡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극 중에서 각각의 상황이나 갈등에 대처하는 모습들을 통해 현대인의 삶 속에선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 인데요. 그들이 사는 법(In Prometheus Bound,King Oedipus and Lysistrata)
라고..생각해 봤는데..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