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July 16, 2008

일본드라마 CHANGE

엔딩 크레딧 - Madonna의 Miles Away


정말 오랫만에 챙겨 본 일본드라마. 오래간만에 기무라 타쿠야가 주연을 하기도 했고, 연속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치 소재 드라마라 눈여겨 보고 있었는데 마침 기회가 되어 완결을 보았다.

일본드라마는(만화도 그렇지만,) 한국드라마와는 조금 다른데, 주요 드라마들은 4분기로 나누어 제작하고 일주일에 1회 10화~12화로 완결한다는 점이 그렇다. 대부분의 경우 한 회에 해당 내용이 마무리되는 에피소드식으로 구성되는 것도 그렇고, 시청률이 높다고 해서 늘리기를 할 수 없는 점이 다르기도 하다. (대신 시청률이 낮아도 그대로 간다.) 완전 사전 제작은 아니라고 들었지만, 이런 제작 시스템이라면 중도에 스토리를 바꾸긴 어렵겠지. 대신 큰 스토리를 길게 이어가기는 어렵다. 대충은 큰 흐름은 에피소드의 나열로 메꾸는 형태라고 할까.

내용적으로는 꽤 교훈적인 주제를 내포하는 경우가 많다. 이상주의라고 해야할까. 다 보고나서 돌이켜 보면 도덕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시청자들도 현실과 다르다는 걸 알겠지만, 일종의 판타지겠지. 그래서 주인공들은 약간은 미숙하지만 이상을 갖고있는 사람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고, 주위의 현실적인 등장인물들은 회가 지나갈수록 주인공의 매력에 푹 빠져서 같이 이상주의자가 되 버리고 마는, 일종의 성장 드라마가 되는 경우가 많은 듯.

뭐... 일본드라마의 일반론은 이쯤에서 걷어치우자. 이 포스트를 쓰게 된 건, 최종화에 나왔던 대사 때문.
오노다 간사장은 아사쿠라 케이타 총리가 사임할 뜻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어 만나러 온다. 오노다 간사장의 충고는 초심을 잃지 말라는 것. 이런 말을 남기면서...
"당신에게 국민들이 기대하는 건, 당신이 프로가 아니라 초보이기 때문이다."

존경하옵는 다케오 카나데 교수님의 저서 제목이 떠올랐다.
"초보처럼 생각하고 프로처럼 행동하라."
초보는, 경험이 없기 때문인지, 어떤 문제가 왜 어려운지 모르는 경우가 많고 머리 속에서는 이미 안되는 일이 없다. 경험이 쌓이고 쌓이면서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패의 경험이다.) 어떤 문제를 접했을 때 대충 감이 오게 된다. 이게 될 법한 일인지 아닌지. 점점 경험이 쌓여갈 수록 문제의 어려운 점을 더 쉽게 찾아내게 된다. 그러면서 문제가 정말 필요한지를 떠나 실현가능성이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프로처럼 생각하면, 세상에 안되는 일 투성이이고 될 만한 일은 이미 누군가가 다 해놓은 상태가 되고 만다.

하지만, 경험은 그런데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초보처럼 생각해서 만들어 낸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해 있는 거다. 안되는 이유를 찾기 위함이 아니라. 정치에는 초보였던 초등학교 선생인 아사쿠라 케이타가 본 정치 세계가 납득할 수 없는 것, 고쳐나가야 할 것 천지였던 것처럼 세상에는 아직도 그렇게 많은 문제가 풀리길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오노다 간사장의 말을 들으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인생은 누구나, 어느 순간이나 초보'


항상 어제와 같은 오늘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어제와는 조금은 다른 나이기에, 또 환경이기에 어제와 같지 않은 오늘을 살아야 하는 나는 초보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항상 처음으로 겪는 일을 겪고 있으면서, 뭐든 다 알고 있는 듯 예단하며 살아온 건 오만한 프로의 생각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며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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