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August 11, 2008

냉정한 눈으로

연구를 하는 사람으로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어떤 경우에도 냉정한 눈을 갖는 것이 가장 기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역시나 사람인지라 항상 그리 되기가 힘든 것이 사실.

존경하옵는 지도교수님께서 해 주신 이야기. 학생들이 보통 저지르는 실수는 '자기 합리화'. 쉽게 말하면 핑계를 만들어 내는 것. 어떤 알고리즘을 제안하고 구현하는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실수를 저지르게 되고 대부분의 시간은 그 오류를 수정하는데 들어가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구현 과정에서 일어난 사소한 실수들이 잘못된 결과를 얻어내는 큰 이유.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많은 학생들이 잘못된 결과가 나오는 이유를 구현상의 실수로 생각하기 보다는 알고리즘 자체의 문제로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실제로는 매우 발생하기 어려운 이상한 경우를 만들어서 이런 경우에는 제안한 알고리즘이 동작하지 않는다고 예단하고 만다는 것. 아마도 사소한 구현 실수를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그런 핑계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지. 보통 많은 알고리즘이 그런 특수한 경우가 존재하므로 그건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고 미뤄두고 싶은 그런 마음이리라.

논문을 쓸 때도 마찬가지. 분명 논문을 쓴 자신이 가장 자기 논문의 문제점이 뭔지, 약한 부분이 뭔지 알고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보통은 냉정한 눈을 갖지 못하고 합리화를 서두르고 만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거나 논지에 어긋난 것이 분명하지만, 스스로 눈을 감고 마는 것이 아닌지... 오래전에 썼던 논문을 다시 들춰보게 되어 읽어보니 그때보다는 냉정한 눈이 되었는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돌아온 한 해의 첫 날. 좋은 소식으로 맞이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더 이상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이제는 버릴 건 버리고, 먹고 살 일을 고민해야 할 때가 정말 온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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