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September 22, 2008

직업선택 10계명

거창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직업선택 10계명이라는 데, 생각해 볼만한 여지가 많은 것 같다.

1. 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2.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3. 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4. 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을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5. 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마라.
6.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7.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을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8.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9. 부모나 아내나 약혼자가 결사 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10.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극심한 취업난 속에 조금이라도 나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는 요즘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현실성이라곤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내용들이다. 학생들에게 이렇게 가르치는 학교는 거창고 외에는 전국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거창고 졸업생을 비롯한 학생들은 이 10계를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삼고 있다.

직업 선택 10계명은 4대 교장을 지낸 전성은(전 교육혁신위원장) 현 교장(6대)과 도재은(5대 교장)씨가 1980년대 초 만들었다. 이 학교 유상철 연구부장은 "중요한 것은 글귀가 아니라 그 속에 든 정신"이라며 "나 자신이 소중한 만큼 남도 소중하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진리를 학생들이 몸속에 익혀 나가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10계명에 깃든 정신은 다른 사람 위에 군림하는 사람이 되기보다는 남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되라는 것이 첫번째이고, 또하나는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를 가르치기 위해 10계명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출처 : 중앙일보 06.01.23>

참 어려운 일들이다.

이걸 읽으면서 문득 생각난 건 옛 모교의 교훈과 초대교장 말씀. 교훈은 '깨끗하자·부지런하자·책임지키자', 초대교장 말씀은 '어디 가서나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될 사람이 되라'.

어느 하나도 제대로 이루고 살고 있지 못한 것 같아 조금 짠하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