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May 25, 2008

참을성 없어지는 현대인?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네티즌, "점점 이기적"…검색엔진 발달, "참을성 줄어"

일리있는 분석인듯하다.
덧붙이자면 통신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점점 더 참을성은 반비례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만날 약속을 하더라도 만나기 전까지는 실제로 만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세상이지 않나.
전화한통이면 금새 취소가 가능해지고, 늦게 나가면서도 전화해서 기다리게 할 수 있는 세상이니.

그시절 기다림에 대한 몇가지 기억...

1) 벌써 10년도 넘은 이야기지만, 대학다닐때는 남들 다 가지고 있는 삐삐도 안들고 다닌 시절이 있었더랬다. 뭐 그만큼 사람을 안만나고 다녔단 말이기도 하겠지만...
그땐(지금은 없지 싶다) 독다방앞이랑 오늘의 책앞에 큰 메모보드가 있어서 약속이나 모임 공지를 쪽지에 적어서 핀으로 꽂아놓는게 있었더랬는데, 그 앞에서 사람들이 만날 약속을 많이 하곤했다. 아마 메모보드효과였겠지.

어느날인가는 이대에 다니던 교회누나(이거 왠지 설레지않아?)가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달라고 해서 독다방 앞에서 만날 약속을 했었는데, 약속시간이 지나서도 나타날 생각을 안하더라. 달리 연락할 방법이 없는 나로선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었고, 결국엔 한시간 반인가를 기다려서 만났지. 요즘같애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땐 그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밤이 늦어버려서 밥도 못얻어먹고 그냥 집에 가는 지하철을 탔고, 정말 조그만 체구의 그 누나가 정말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메고 내가 준 책을 안고있는 모습이 조금 짠해 보였던 기억이 있다. 뭐 내 가방도 천근만근이라 들어줄 생각도 안했지만 ㅎㅎ

2) 어릴 때는 그저 혼자 좋아했던 애가 하나 있었는데, 대학에 가게 된 후 가끔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었다. 근데 같은 동네에 살다가 어느 날인가는 이사를 가버려서 가까이 있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한번은 만날 약속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동네에서 큰 서점이었던 한가람문고 앞에서 만나기로 했었다. 나름 설레는 맘을 안고 가서 기다리는데, 역시나 나타날 생각을 안하더라구. 그래서 서점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었는데...

어떤 모르는 아가씨가 다가와서는
'xx 만나러 오셨어요?'
'네? 네...'
'이래저래해서 못나온대요...'
'아.. 네...'

요즘같애서는 말도 안되는 얘기겠지만... 기다리는 사람 생각해서 친구라도 시켜 말을 전해야 했던 시절도 있었더랬다. 뭐 이런 사정때문에 당시에는 커피숍마다 호출받을 수 있는 전화가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왜 거기서 그냥 있었나 싶네. 아마 어디 간 사이에 올까봐 그랬나부다.)

3) 그렇게 멍하게 기다릴 줄 알던 나도, 휴대전화가 생기고 나선 조금 기다리는 것도 짜증이 남을 느낀다. 특히나 기다리면서 전화 연결이 안되면 더 그런듯.

하긴 이젠 전화기는 시계로 변해버리고, 기다릴 누군가, 무언가도 없는데 그런 조급증이나 기억따위는 사치에 지나지 않는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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