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May 26, 2008

시위 현장 중계를 보고...

학교에 나가서 삽질이나 하고 있다가 우연찮게 시위현장 중계를 보게 되었다.
십수년전 백양로 앞에서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다니던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2학년때 등록금 투쟁 한다고 중도 앞에 모여서 구호도 외치고 했었는데, 우리 과 옆자리가 법대였더랬다.

우리 과는 한 두 시간 정도 집회를 갖고 다들 시험보러 가야했는데, 시험을 보고 나오던 중, 법대생 하나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 좀 전 까지 바로 옆에 앉아 있었던 사람들 중 하나가 지금은 없다는 생각이 한참동안은 머리를 떠나지 않더라.

광우병 소에 대한 논의는 확대 재생산되며 누구 말마따나 거의 '괴담'수준으로 퍼진 것도 사실인 것 같고 (물론 걱정할 만한 이유가 있음은 알고있지만 시중에 떠도는 말은 너무도 과장 되어 버린 면도 많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감정적 논의가 인터넷을 휩쓸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다. 다른 방향에서 말하는 사람은 모두가 정부측 알바로 몰리고 있는 것도 황우석 박사 사건 때와 다를 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건, 저건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민주주의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은 '말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닌가. 지난 10년 간 누려왔던 말할 수 있는 자유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없어진 것과 같이 사라지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하고 설득하고 싶지 않으면서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쪽은 언제든 가지고 있는 힘을 사용해 입을 틀어막으려 한다. 그건, 어떤 집단이나 마찬가지. 효율과 성장이라는 허울좋은 사탕으로, 그리고도 안되면 무력을 사용해서 입을 막고자 한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라. 이건 양 쪽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일테지만, 특히 힘을 가지고 있는 쪽은 더더욱이나 상대의 말을 들어야 한다.

쓰러져 꼼짝도 못하고 있는 사람을 앰뷸런스에 실으려 하는 장면을 보면서, 대학 2년때 잠시동안 옆 자리에 앉았을 지도 모르는, 그리고 그날이 가기 전에 생을 마감한 한 법대생이 오버랩되는 건 너무 멀리 간 것일까...

정말, 시민민주주의는 불가능한 것인가?

(카이스트 시절부터 박학다식함과 논리정연함으로 좋은 글을 많이 남겼던 채승병님의 블로그를 링크해둔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분인듯. 역시나 흥미로운 비교를 해주셨다.)

블로그 바로가기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