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August 28, 2008

남녀의 차이

요즘 인터넷에서 많이 퍼날라지는 듯한, 꽤나 잘 구성된 남녀의 대화.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듯해서 퍼와 본다.
--------------------------------------------------------------
여자 「자동차 시동이 안 걸려…」
남자 「그래? 배터리 나간거 아냐? 라이트는 켜져?」
여자 「어제까지는 제대로 됐는데. 왜 갑자기 시동이 안 걸리지?」
남자 「엔진 트러블이면 곤란한데. 일단 배터리 문제인가부터 확인해 봐. 라이트는 들어와?」
여자 「아이 참, 나 오늘 OO까지 가야되는데! 차 없으면 안 되는데...」
남자 「그거 큰일이네. 어때? 라이트는 켜져?」
여자 「아 분명히 어제 탔을 때는 괜찮았는데, 히잉. 이 고물차! 이럴 줄 알았으면 차 안 바꾸는건데!」
남자 「…라이트는 켜져? 안 켜지는거야?」
여자 「O시에 약속이니까 아직 시간은 있지만, 걸어서 가기에는 넘 멀어~」
남자 「그래. 그런데 라이트는 어때? 켜져?」
여자 「응? 미안, 잘 안 들렸어」
남자 「아, 뭐, 라이트는 켜져?」
여자 「왜?」
남자 「아, 시동 안 걸리는 거 아니야? 배터리 나가서 그러는 걸 수도 있으니까」
여자 「무슨 말이야?」
남자 「응?」
여자 「에?」
남자 「자동차 배터리 나갔을 수도 있으니까, 그거 확인부터 해보자구. 라이트 켜 봐」
여자 「그게 왜? 배터리 방전됐으면 라이트 안 켜지잖아?」
남자 「아니, 그러니까. 그걸 알아보려는 거니까 라이트 좀 켜 봐」
여자 「혹시 지금 화내고 있는 거야?」
남자 「아니 별로 화 안 났어」
여자 「화내고 있잖아. 왜 화 내?」
남자 「그러니까, 화 안 났다고」
여자 「뭐 내가 잘못했어? 말하면 사과할께」
남자 「괜찮아. 화 안 났어. 괜찮아, 괜찮으니까」
여자 「뭐가 괜찮은데?」
남자 「휴~ 아냐 배터리 말한거야」
여자 「차 이야기하는거야?」
남자 「아 그래, 차 이야기」
여자 「지금 차가 중요해? 」
--------------------------------------------------------------
누가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여자가 한심스럽다는 투로 쓴 걸로 보니 남자가 썼나보다. 하긴 여자들 중에 저런 접근을 하는 사람이 많기에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투로 많이 리플을 달았겠지.

그런데, 재밌다고 생각된 건, 공돌이 남탕 사이트에 퍼날라 졌을 때의 반응. 공돌이들이라 그런지 논리적으로 안맞거나 이해되지 않는 것은 그리 반기지 않는 분위기도 있는데다 거의 남자들만 드글거리는 곳이라 남자편을 많이 들 거라고 생각했지만, 반응이 생각과는 다르다. 나도 저걸 처음에 읽으면서 남자가 좀 이상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남자라 보니 듣는 입장에서 어땠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꽤나 많다. 물론 이유는 여자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 것 같지만... 오랜 삶의 경험이 묻어난 답글들을 보면서 내가 오래 산건가 싶은 기분이 들었다.

제일 재미있었던, 그리고 남자공돌이임이 분명한 답글의 내용은 이랬다. 물론 남자입장에서.
"라이트 켜봐서 배터리가 나간 줄 알았으면 어떻게 할 건가? 또 라이트가 켜져서 배터리가 안나갔으면 어떻게 할 건가? 어짜피 카센터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집에서 탱자탱자 놀고 있는 사람도 아닐텐데, 보험회사 긴급구난을 신청해야 할 거 아닌가. 그런데 왜! 라이트가 켜지는 지를 그렇게 지겹도록 물어봐야 되나? "

이 답글에 공감 백 배. 라이트가 켜지는 지 아닌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그렇든 아니든 달라질 건 없으니. 그럴 정신에 조금은 흥분해 있는 듯한 여자 말에 귀기울여 주면서 흥분을 가라앉히도록 하는 게 낫다. 다분히 공돌틱한, 계산적인 생각이지만 오히려 그게 합리적이다. 처음에 한 두번 물어볼 수야 있겠지만, 흥분해 있는 사람한테 계속 라이트는? 라이트는? 하고 물어보는 것도 문제 해결에 도움이 전혀 안되니까.

잘 알려진 심리분석서(라고 씌여 있고 연애지침서라고 읽는) '화성남 금성녀'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온다. 여자들의 말은 대체로 공감을 원하는 것이고, 남자들은 곧장 해결을 보려 하기 때문에 트러블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 그런데... 대부분 여자들이 하는 말은 곧장 해결이 안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판단될 땐 그냥 듣기만 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은 듯.

오래전부터 내심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귀찮아서 해결의지가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덕분에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종종 들었다. 아마 듣고 맞장구를 잘 쳐준다는 소리리라. 별로 말을 재미있거나 조리있게 잘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뭐... 이젠 별로 소용없는 일이다.

(아마 윗 예에서는 차를 바꾸었다는 말로 보아 안 그런것 같지만 여자가 운전 초보라면, 라이트보다는 오히려 핸들락이나 기어위치를 체크해보는 것이 나을 듯 하다. 최소한 그건 전화상으로 해결이 되는 거고, 초보들이 흔히 당황하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나도 한 번 그랬었고.)

No comments: